돈을 갚지 않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불이행은 민사상 책임의 문제이고, 사기죄는 거래 당시의 기망행위와 그에 따른 재산처분이 인정되어야 하는 형사범죄이므로 두 문제를 구분해야 합니다.
채무불이행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대여금 반환, 보증금 반환, 물품대금 지급 등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지급청구, 손해배상청구와 강제집행 등 민사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변제기가 지났거나 경제사정이 나빠져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채무불이행과 별개로 거래 과정에서 다른 범죄가 성립할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 부분은 따로 판단해야 하므로, 모든 채무불이행이 형사문제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사기죄는 거래 당시의 기망행위가 중요합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상대방을 속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금전 차용 사건에서는 돈을 빌릴 당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에 관하여 상대방을 속였는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됩니다.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048 판결은 민사상 금전대차에서 채무불이행 사실만으로 바로 편취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지만, 차용 당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돈을 빌린 경우에는 사기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중에 돈을 갚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기죄의 고의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3. 3. 11. 선고 2002도7129 판결도 사후의 미지급이나 담보설정 등 일부 사정만으로 거래 당시부터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변제 약속 이후의 경제사정 악화, 사업 실패나 지급지연만으로 사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거래 당시부터 재산상태, 채무 규모, 자금 사용목적이나 변제계획에 관하여 중요한 사실을 허위로 말해 상대방의 재산처분을 유도했다면 사기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기망행위와 재산처분의 관계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기죄를 판단할 때에는 어떤 거짓말이나 사실 은폐가 있었는지, 상대방이 그 때문에 착오에 빠졌는지, 그 착오 때문에 돈이나 재산을 교부했는지, 피고인이나 제3자가 재산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문자메시지, 계약서, 계좌내역, 녹취, 거래 당시의 채무와 재산상태, 자금 사용내역 등은 거래 당시의 기망 여부와 변제의사·능력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채무불이행과 사기는 거래 당시 사정을 중심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채권을 회수하는 문제와 형사상 사기 여부는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단순 채무불이행이라면 민사청구와 강제집행이 중심이 되고, 거래 당시 기망행위로 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형사고소 여부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