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상속 안 받기로 했습니다.” 채무자인 상속인에게 연락했을 때 이런 말을 들었다면 채권자는 먼저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뜻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하여 수리된 것인지, 상속인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분할협의로 재산만 받지 않기로 한 것인지에 따라 법적 결과가 달라집니다.
상속포기와 협의분할은 전혀 다른 법률행위입니다
상속포기: 법원에 신고하여 수리되는 절차
민법 제1041조에 따른 상속포기는 원칙적으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하며, 적법하게 수리되면 민법 제1042조에 따라 상속개시 때로 소급하여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상속포기 자체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상속재산분할협의: 상속재산의 귀속을 정하는 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인의 지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공동상속인 사이에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법률행위입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몫을 받지 않는다고 약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가정법원의 상속포기를 한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피상속인의 채무에 관한 대외적 상속관계도 분할협의 문구만으로 당연히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안 받을게요”는 상속포기가 아닙니다
채무자가 분할협의서에 서명하여 특정 상속재산을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귀속시켰다면, 협의 전후의 재산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에서 수리된 상속포기인지 여부는 심판서 등 관련 자료로 구분해야 하며, 구두로 상속포기를 했다는 설명만으로 채무자의 지위를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사해행위란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가?
민법 제406조의 채권자취소권
민법 제406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때 채무자가 어떤 상속재산분할협의에 참여했는지, 협의 전후 실제 취득한 재산과 상속분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나누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협의분할이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재산을 받지 않은 협의도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은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특히 이미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가 분할협의에서 자기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해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가 감소하였다면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있습니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요건과 기간
채권자는 자신의 피보전채권, 채무자의 재산상태, 해당 분할협의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가 줄어든 사정 및 채무자의 사해의사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의 취소와 재산의 회복을 구하되,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법원이 인정하는 범위에서 가액배상이 문제 됩니다. 분할협의 전체가 모든 사람에게 당연무효가 된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협의로 재산을 취득한 다른 공동상속인을 상대로 어떤 청구를 할지, 재산이 다시 이전되었다면 전득자에게도 원상회복을 구할지 등은 다음 단계의 별도 쟁점입니다. 이때에는 수익자를 상대로 한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당사자·원상회복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소기간도 중요합니다. 민법 제406조 제2항에 따라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분할협의서의 작성일, 등기원인일자, 채권자가 협의의 사해성을 알게 된 시점을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자가 상속재산을 받지 않았다는 말만 듣고 집행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상속포기 수리 여부, 협의분할 참여 사실, 채무자의 당시 재산상태와 상속재산의 가액을 구별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