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개시 전 포기약정과 사후 상속권 행사
판결의 주요 논점
이 판결은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 상속을 포기하기로 한 약정이 효력을 갖는지, 그 약정을 한 사람이 사망 후 상속권을 주장하면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이 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원고는 어머니의 재산을 협의분할로 단독상속하는 대신 아버지의 장래 상속재산을 포기하기로 약정하고 포기서도 교부했습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예금 반환을 청구하자, 그 약속을 이유로 청구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판시사항과 판결요지
대법원은 상속개시 전 포기약정에 효력이 없고, 상속개시 후 적법한 포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상속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은 공식 판결요지의 각 항입니다.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
상속인 중의 1인이 피상속인의 생존시에 피상속인에 대하여 상속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상속개시 후 민법이 정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라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한 이상, 상속개시 후에 자신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
포기서 작성과 신의칙의 관계
이 사건에서는 다른 재산을 단독상속한 경위와 별도의 상속포기서까지 존재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이유로 생전 포기약정에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여하거나 사후 상속권 행사를 신의칙 위반으로 막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속포기에 법정 시기와 방식이 요구된다는 점이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사망 전에 작성한 서면을 가족 사이의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정법원에 대한 상속포기 신고와 같은 효력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판단의 적용 범위
이 판결은 상속개시 전 포기약정의 효력과 그 뒤 상속권 행사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입니다. 상속개시 후 적법하게 이루어진 상속포기나 상속재산분할협의의 효력까지 부정한 판결은 아닙니다.
생전 증여의 특별수익 여부, 유언의 유효성, 사후 분할협의의 성립 등은 각각의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합니다. 포기각서가 무효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가족 간 재산약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