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여러 차례 약속을 어겼고 이제는 연락까지 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용증에 적힌 최종 변제일은 아직 지나지 않았다면, 그날까지 기다려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원칙적으로 변제일이 오기 전에는 당장 돈을 지급하라고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채무자가 지급을 거절하고 있거나 지금 미리 판결을 받아 둘 필요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변제일 전이라도 장래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경우에 이러한 소송이 허용되는가입니다.
먼저 차용증의 변제일과 약정 내용을 확인합니다
차용증에 적힌 최종 변제일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날까지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돈을 한 번에 갚기로 한 것인지, 일정한 금액을 나누어 갚기로 한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매월 일정액을 분할하여 갚기로 했는데 이미 일부 지급일이 지났다면, 기한이 지난 분할금은 현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차용증에 일정한 횟수 이상 연체하면 남은 원금 전부를 즉시 갚기로 하는 기한이익 상실 약정이 있다면 그 조건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처음 작성한 차용증만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사정을 고려하여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변제일을 연장해 주었다면 당사자가 마지막으로 합의한 날짜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제일 전 소송을 생각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차용증과 이후의 문자·카카오톡 등을 함께 확인하여 현재 이미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채무자가 실제로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한 것인지 살펴봅니다
채무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와 돈을 갚을 의무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는 같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한동안 연락을 피하고 있거나 “현재 돈이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정도라면, 약정한 변제일에도 돈을 갚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전에 몇 차례 상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도 참고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최종 변제일까지의 채무를 바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채무자가 “그 돈은 빌린 것이 아니다”, “차용증은 효력이 없다”, “앞으로도 갚을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대여 사실이나 반환의무 자체를 계속 부인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변제일이 되어도 자발적으로 돈을 지급하지 않고 분쟁을 계속할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특정 문장 하나만 따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문자, 카카오톡, 통화녹음 등을 날짜순으로 확인하여 채무자가 일시적으로 감정적인 말을 한 것인지, 지속적으로 반환의무를 부인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변제일 전에 소송하려면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합니다
변제일이 아직 지나지 않은 대여금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현재의 지급청구가 아니라 장래이행청구가 문제됩니다.
민사소송법 제251조는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에 대하여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나중에 돈을 안 갚을 것 같다”거나 “채무자의 형편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정도만으로 변제일 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가 대여 사실이나 반환의무 자체를 부인하면서 변제일이 되어도 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면 미리 소송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변제일이 되었을 때도 채무자가 스스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지, 그때 곧바로 강제집행할 수 있도록 미리 판결을 받아 둘 필요가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장래이행청구가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변제일 자체가 앞당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판결을 먼저 받더라도 원칙적으로 약정한 변제일이 되어야 그 판결에 따라 지급을 요구하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제일 전에 소송을 제기하려면 대여 사실뿐 아니라 채무자가 장래의 지급의무를 어떻게 부인하고 있는지, 왜 변제일까지 기다린 뒤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는 부족한지를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재산을 빼돌릴까 걱정된다면 가압류도 검토해야 합니다
채권자가 실제로 걱정하는 것이 “변제일까지 기다리는 동안 채무자가 재산을 모두 처분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문제라면 소송을 빨리 제기하는 것과는 별도로 가압류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압류는 나중에 판결을 받아도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보전절차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2항에 따라 변제일이 아직 지나지 않은 금전채권도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차용증과 송금내역 등으로 대여금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소명해야 하고, 가압류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질 염려가 있다는 점도 밝혀야 합니다.
채무자가 부동산을 급하게 매도하려 하거나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는 정황, 다른 채권자가 이미 집행을 시작한 사실 등은 판단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히 연락이 되지 않는다거나 막연히 재산을 처분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가압류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변제일 전에 돈을 바로 받을 수 있는지와 변제일까지 기다리는 동안 채무자의 재산을 보전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장래이행청구의 요건을 살펴야 하고, 후자는 가압류의 필요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