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명의를 가족으로 바꾸더라도 기존 임대차계약이 반드시 종료되거나 새 계약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기존 임차권을 넘겨받으면 종전 임대차관계가 이어지고, 기존 계약을 종료한 뒤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면 새로운 임대차관계가 성립합니다.
함께 살던 가족의 이름으로 주택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부모가 운영하던 점포를 자녀가 이어받으면서 임차인 명의를 바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계약의 승계 여부에 따라 보증금과 임대차기간, 주택의 대항력과 상가의 계약갱신요구권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집니다.
계약서를 다시 썼다는 사실만으로 새 계약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존 임차인이 그대로 임차하면서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갱신입니다. 임차인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경우에는 기존 임차권을 양도하는 것인지, 종전 계약을 끝내고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가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집니다.
임대인과 기존 임차인, 새 임차인이 종전 계약의 권리와 의무를 넘겨받기로 합의했다면 임차권 양도에 해당합니다.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거나 보증금·차임을 일부 변경했더라도 그것만으로 종전 임대차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종전 계약을 종료하고 보증금을 정산한 뒤 별도의 임대차를 맺었다면 새 계약입니다.
가족에게 임차권을 넘길 때도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민법 제629조에 따라 임차권을 양도하려면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가족 사이의 양도라는 이유만으로 동의가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면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동의 없는 양도만을 이유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이 양도를 허용하는 특약을 두었거나 실제로 동의한 경우에도 무단양도를 이유로 해지할 수 없습니다. 임대인이 차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경우에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택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유지되나요?
아버지가 임차한 주택에 가족이 계속 거주하면서 아들이 새 계약서의 임차인으로 기재되었더라도, 거주가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아들이 임차권을 자동으로 승계하지는 않습니다. 기존 임차권을 양도받은 것이라면 임대인의 동의와 점유·주민등록의 연속성에 따라 종전 대항력의 유지 여부가 정해집니다.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101275 판결은 대항력을 갖춘 주택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임차권을 양도하고, 양수인에게 점유가 승계되며 주민등록이 단절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기간 안에 전입신고가 이루어졌다면 종전 대항력이 유지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경우 양수인은 종전 임차인이 가진 우선변제권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새로 지급하지 않고 명의만 바꾼 경우
임차권을 양도하면서 종전 보증금반환채권도 승계하기로 했다면, 임대차가 종료될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사람은 그 지위를 승계한 새 임차인입니다. 가족 사이에서 보증금 상당액을 어떻게 정산했는지와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는 서로 다른 법률관계입니다.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새 계약을 맺는 경우에도 임차인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종전 보증금반환채권이 소멸하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했는지, 당사자들이 종전 보증금을 새 계약의 보증금으로 충당하기로 합의했는지 등에 따라 정산의 내용이 정해집니다.
상가의 사업자등록 명의와 갱신요구기간
부모가 운영하던 점포를 자녀가 이어받아 사업자등록 명의를 바꾸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기존 임대차가 종료되지는 않습니다.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종전 임차권을 양도받았다면 기존 임대차관계가 이어집니다. 같은 상호·시설·거래처를 사용한다는 사정 역시 계약의 승계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이지만, 그것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가임대차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합니다. 종전 임차권을 양도받았다면 양도 전 임대차기간도 포함되므로, 명의를 바꾼 날부터 새로 10년이 시작되지 않습니다. 종전 계약을 종료하고 실질적으로 별개의 임대차를 체결했다면 새로운 계약을 기준으로 보호기간을 계산합니다.
명의변경 합의에 담을 내용
임대인과 기존 임차인, 새 임차인의 합의서에는 종전 임차권을 승계하는지, 승계일과 남은 계약기간은 언제인지, 보증금반환채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명시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차임의 변경과 기존 임차인·새 임차인 사이의 정산 내용도 함께 기재하면 명의 변경 후 권리관계를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임대인이 양도에 동의하기 전에 이미 발생한 연체차임이나 손해배상채무는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당연히 이전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채무가 종전 보증금에서 공제되는지는 보증금의 담보 범위와 정산 합의에 따라 달라집니다. 당사자끼리 승계라고 적었다는 사정만으로 대항요건의 단절이나 제3자의 선순위 권리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